올해도 어김없이 처서가 다가오고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지면 정원가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과수나무 접목을 해도 될까요?”
사실 저도 올봄에 뽕나무 접붙이기를 시도했다가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봄철 물이 잔뜩 오른 뽕나무에서 수액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와, 접목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못하고 썩어버렸거든요.
저처럼 봄철 접붙이기 시즌을 놓치셨거나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특히 이맘때 가을 접붙이기 방법을 검색해 보시게 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9월은 삭아접(눈접)을 시도하기에 생태학적으로 아주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게다가 단 1주일 만에 성공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실패하더라도 나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안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올가을 뽕나무 삭아접을 다시 시도할 계획입니다. 오늘은 왜 이 시기가 좋은지, 실제로 어떻게 접을 붙이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가을 삭아접(눈접), 이것만 알고 시작하세요!
- 최소한의 상처: 잎눈 하나만 얇게 저며 붙이므로 나무에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릅니다.
- 최적의 타이밍: 수액 유동이 안정되고 상처 치유 세포가 잘 만들어지는 9월이 황금기입니다.
- 빠른 결과 확인: 접목 후 단 1주일이면 잎자루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성공 여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가을 눈접(삭아접)이란? 상처를 최소화하는 접목 기술
삭아접(깎기눈접)은 흔히 ‘눈접‘이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가지 전체를 쪼개어 붙이는 봄철의 ‘절접(가지접)’과 달리, 접수(붙이려는 우량 품종의 가지)에서 튼실한 잎눈 딱 하나만 얇게 저며내어 대목(뿌리 역할을 하는 나무)의 껍질에 끼워 넣는 기술입니다.
- 작은 상처, 빠른 회복: 대목을 크게 잘라내는 절접에 비해 절개 면적이 아주 작아 나무의 상처가 훨씬 빨리 아뭅니다.
- 리스크 최소화: 만에 하나 접목에 실패하더라도 기존 대목 자체에는 큰 손상을 남기지 않습니다. 초보 정원가들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아주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가을 삭아접 시기: 9월이 접붙이기의 황금기인 이유
일반적으로 가을 눈접의 적기는 처서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 초부터 9월 말까지로 봅니다. 여기에는 아주 흥미로운 식물생리학적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봄철 접목 vs 가을철 접목의 차이 봄에는 수액이 너무 왕성하게 밀려 올라와 접목 부위가 물에 잠겨 썩는 ‘익사 현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반면, 9월은 나무의 수액 흐름이 안정되면서도 세포분열을 담당하는 **형성층(Cambium)**의 활동은 여전히 유지되는 시기입니다.
덕분에 대목과 접수의 조직이 서로 상처 치유 세포(Callus)를 내어 단단하게 결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됩니다.
참고로 복숭아나 살구 계통은 7~8월 한여름에 T자형 눈접을 하기도 하지만,
이때는 수액 유동이 너무 많아 진(수지)이 흘러나와 활착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무리해서 한여름에 시도하기보다는 처서 이후 활력이 안정되는 9월을 기다리시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9월에 접붙인 눈은 그해에 바로 싹을 틔우지 않고 대목과 한 몸이 된 채 조용히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에 강력한 신초(새 가지)로 자라나게 됩니다.
초보자도 따라 하는 가을 삭아접(눈접) 순서 4단계
- 접수 채취: 붙이고자 하는 우량 품종의 올해 자란 단단한 가지에서 통통하게 잘 여문 잎눈을 고릅니다. 가위로 잎은 잘라내되, 손잡이 역할을 할 잎자루(잎기저부)를 5mm 정도 남겨두는 것이 핵심 팁입니다.
- 눈 저며내기: 눈의 위쪽 1cm 부위에서 아래쪽 1.5cm 부위까지 목질부가 아주 얇게 포함되도록 예리하게 깎아냅니다.
- 대목 절개 및 삽입: 대목의 접붙일 자리 수피를 접수 눈의 길이와 똑같은 크기로 아래로 가볍게 깎아 내린 후, 눈을 아래 구석까지 밀착하여 끼워 넣습니다. (최소 한쪽 형성층 일치)
- 테이핑: 일반 비닐테이프를 썼다면 접목 후 약 3~4주 뒤(9월 말~10월 초) 결속 부위가 조이지 않도록 칼집을 살짝 넣어 테이프를 자연스럽게 풀어줍니다. 최근 유행하는 광분해성 신축성 접목테이프를 사용하면 이듬해 봄 새싹이 테이프를 스스로 뚫고 나오므로 후가공이 없어 훨씬 편리합니다.

접목 성공 여부 확인법: 1주일 뒤 잎자루의 마법
가을 삭아접이 매력적인 이유는 성공과 실패의 성적표를 아주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접목을 마치고 약 7일에서 10일이 지난 뒤, 남겨두었던 잎자루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툭 건드려 보세요.
- 성공 (활착): 잎자루가 맑은 소리를 내며 툭 하고 깨끗하게 떨어집니다. 대목과 접수의 세포가 하나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러운 이층(떨치기 층)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 실패: 잎자루가 시커멓게 말라붙은 채 아무리 건드려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면 아쉽게도 실패입니다.
판별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실패했더라도 9월 말에 다른 곁가지에 재도전하거나, 느긋하게 마음먹고 이듬해 봄 3월에 가지를 통째로 붙이는 절접으로 플랜 B를 가동하면 되니 전혀 낙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접목 방법별 특징 요약
| 접목 종류 | 최적 시기 | 장점 및 생리적 특성 | 성공 판별 시점 |
| 절접 (가지접) | 3 ~ 4월 (물오름기) | 가지를 통째로 붙여 활착 후 초기 성장 세력이 가장 강력함 | 접목 후 약 3~4주 (새순 발아로 확인) |
| 봄 삭아접 | 3 ~ 4월 (물오름기) | 겨울에 보관해 둔 접수의 눈을 활용, 상처 부위가 작고 깔끔함 | 접목 후 약 2~3주 |
| 가을 삭아접 | 9월 초 ~ 9월 말 | 수액 과다로 인한 부패 위험이 적고, 실패해도 대목 미지가 최소화됨 | 접목 후 1주일 내외 (잎자루 탈락 확인) |
마무리
봄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 때문에 유실수 품종 갱신 타이밍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가을철 처서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 삭아접’이라는 훌륭한 두 번째 기회를 선물하기 때문입니다.
대목과 접수의 한쪽 형성층을 정성스럽게 맞추고 단단히 묶어주기만 한다면, 차가운 겨울 땅속에서 힘을 응축한 눈접들이 내년 봄 놀라운 생명력으로 텃밭을 풍요롭게 채워줄 것입니다.
이번 9월에는 장갑을 끼고 전정가위를 들어 나만의 특별한 유실수 품종 늘리기에 즐겁게 도전해 보세요.
저 역시 내년 봄 대추나무와 허니베리 등을 추가해 과수원 구역을 더 풍성하게 확장하기 전, 올가을 뽕나무 삭아접 재도전에 나설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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