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알차게 캐낸 두백감자와 홍감자를 거둬내고 잠시 쉬고 있는 빈 밭을 보면서 ‘이 자리에 뭘 심어야 김장까지 든든하게 준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가을 배추와, 무를 심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가을 배추와 무 키우기는 파종 타이밍만 잘 맞추면 초보자도 실패 확률이 꽤 낮은 텃밭 작물입니다.
다만 배추와 무는 밭에 들어가는 시기가 조금 다르고 관리 포인트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어서, 처음 시도하시는 분들은 순서를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씨앗을 심는 시점부터 김장 직전 수확까지, 실전에서 챙겨야 할 흐름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가을 배추·무 키우기
- 파종 시기와 방식의 차이: 배추는 8월 하순~9월 상순에 한 달간 기른 ‘모종’을 심고, 무는 배추와 비슷하거나 살짝 빠른 8월 중하순에 ‘씨앗’을 직접 뿌려야 굵게 자랍니다.
- 작물별 맞춤 관리법: 속이 꽉 찬 배추를 만들려면 15일 간격으로 ‘웃거름’을 주어야 하며, 무는 땅 위로 쑥 올라온 초록 부분을 흙으로 덮는 ‘북주기’를 해야 매끄럽고 얼지 않습니다.
- 친환경 방제와 수확 타이밍: 한랭사(그물망)와 동반식재(파, 메리골드), 난황유를 활용해 화학농약 없이 벌레를 차단하고, 추위에 약한 무는 영하로 떨어지거나 된서리가 내리기 전 배추보다 안전하게 먼저 수확하세요.
가을 김장 배추 모종 심는 시기와 무 직파 시기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김장용 배추의 아주심기(모종을 본밭에 옮겨 심는 것) 시기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보통 8월 하순부터 9월 상순입니다.
초보자가 흔히 하는 실수: 배추와 무의 파종 방식 차이
초보자분들이 흔히 “무는 배추보다 늦게 심는다”고 오해하시곤 하는데요.
배추는 파종 후 20~30일 길러진 ‘모종’을 심는 것이고, 무는 밭에 ‘씨앗’을 직접 뿌리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굵은 무를 수확하려면 무 씨앗은 배추 모종을 심는 시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주일 정도 빠른 8월 중하순에 직파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 구분 | 파종·정식 시기 (중부지방 기준) | 수확 시기 및 온도 기준 |
| 김장 무 (씨앗 직파) | 8월 중순 ~ 8월 하순 | 10월 하순 ~ 11월 중순 (※ 추위에 약함. 영하로 떨어지기 전 먼저 수확) |
| 김장 배추 (모종 정식) | 8월 하순 ~ 9월 상순 | 11월 중순 ~ 12월 상순 (※ 추위에 강함. 서리를 맞혀 단맛을 올린 뒤 수확) |

남부 지방은 이보다 열흘에서 보름 정도 늦게 심어도 무방합니다. 너무 일찍 심으면 늦더위에 무름병 등 생리 장해가 오고, 너무 늦게 심으면 속이 차기(결구) 전에 냉해를 입을 수 있으니 내 지역의 기후를 참고해 시기를 꼭 조정해 주세요.
속이 꽉 찬 김장 배추를 위한 밭 만들기와 밑거름(퇴비)요령
가을 작물은 짧은 기간에 덩치를 확 키워야 하므로 초기 밭 만들기가 농사의 반입니다. 배추는 초기 잎 생육이 왕성해야 나중에 둥글게 속이 잘 차오르기 때문에, 완숙 퇴비 같은 유기질 비료를 사전에 충분히 넣어 토양 미생물을 활성화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랑과 간격: 물 빠짐이 좋은 밭이면 2줄, 습한 밭이라면 높게 1줄로 이랑을 만듭니다. 큼직한 김장 배추를 원한다면 모종 사이 간격을 40~50cm 정도로 널찍하게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무 줄뿌림: 무 씨앗은 3~5cm 간격으로 줄뿌림하고, 자라면서 점차 솎아내어 최종적으로는 25cm 안팎의 간격을 확보해 줍니다.
- 뿌리혹병 대비: 십자화과 작물의 무덤이라 불리는 뿌리혹병이 잦은 밭이라면, 아주심기 2주 전 소석회를 뿌려 토양 산도를 교정해 주고 다른 과 식물(파, 콩 등)과 돌려짓기를 병행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수확량을 결정짓는 가을 텃밭 핵심 관리법
가을 배추 무 농사의 승패를 가르는 건 밭에 심은 직후의 세심한 중간 관리입니다.
무는 발아율이 워낙 좋아 처음엔 빽빽하게 올라오는데, 이 새싹들을 두세 번에 걸쳐 솎아내며 야들야들한 열무처럼 비빔밥에 얹어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배추 ‘웃거름(추비)’ 주기와 무 ‘북주기’의 극명한 차이
텃밭 농사 초기, 밭을 만들 때 넣은 밑거름만 철석같이 믿고 배추 웃거름(추비) 시기를 놓친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죠. 잎만 크고 속이 텅 빈 채 장미꽃처럼 벌어진 배추를 수확해야 했습니다. 배추는 모종을 심고 15일 간격으로 3차례 정도 질소와 칼륨 비료(또는 천연 액비)를 웃거름으로 주며 물을 흠뻑 대주어야 비로소 꽉 찬 결구를 시작한다는 걸 몰랐던거죠.
반대로 무 농사에서는 ‘북주기‘의 마법을 경험했습니다. 무가 굵어지면서 땅 위로 쑥 밀려 올라온 초록색 윗부분(어깨)을 흙으로 도톰하게 덮어주었더니, 가을철 갑작스러운 서리에도 얼지 않고 잔뿌리 없이 매끈하고 단맛이 꽉 찬 무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살충제 없는 퍼머컬처 텃밭: 한랭사와 동반식재 천연 방제법
가을 배추는 어린 모종 시절 톡톡 튀어 다니는 벼룩잎벌레, 나비가 낳고 간 청벌레, 그리고 진딧물의 집중 공격을 받기 쉽습니다.
보통은 밭을 만들 때 독한 화학 토양살충제를 섞지만, 이는 흙 속의 이로운 미생물 생태계까지 파괴하므로 지속 가능한 텃밭과는 맞지 않습니다.
살충제 없이 건강하게 키우려면 다음 세 가지 친환경 방어막을 쳐주세요.
- 물리적 방어막 (한랭사 씌우기): 아주심기를 한 직후, 밭에 활대를 꽂고 촘촘한 하얀색 그물망(한랭사)을 씌워주세요.
나비가 배추잎에 알을 낳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벼룩잎벌레의 접근도 막아주는, 가장 물리적이고 확실한 유기농 방제법입니다. - 생태적 방어막 (동반식재): 배추 두둑 주변에 저는 삼동파와 순천동파를 경계 식물처럼 섞어 심고 있습니다.
이 토종 파들은 잎이 위로 곧게 뻗어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파속 작물이 뿜어내는 톡 쏘는 ‘알리신’ 향이 배추를 노리는 벌레들의 후각을 교란해 훌륭한 천연 기피제 역할을 합니다.
밭 둘레에 메리골드를 심어 땅속 선충을 쫓는 것도 퍼머컬처의 완벽한 작물 설계입니다. - 천연 방제제 ‘난황유’ 활용: 만약 진딧물이나 벌레가 잎에 달라붙기 시작했다면,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난황유를 활용해 보세요. (기본 배합 비율: 물 20L + 식용유 60ml + 계란 노른자 1개) 식용유 코팅막이 해충의 숨구멍을 막아 질식시키는 원리라 독성이 전혀 없어 안전합니다.
단, 식물의 숨구멍까지 막히거나 화상을 입지 않도록 반드시 배합 비율을 지키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에 잎 뒷면까지 흠뻑 젖도록 뿌려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편, 튼튼하게 자란 무는 배추보다 추위에 약합니다. 영하로 떨어져 무가 얼면 ‘바람이 든다’고 표현하듯 식감이 스펀지처럼 푸석해지고 맛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된서리가 내리기 직전, 혹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기상예보를 살피고 밭에서 한꺼번에 뽑아 안전하게 수확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가을 텃밭의 꽃, 배추와 무 키우기의 핵심은 결국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배추 모종은 8월 하순~9월 상순, 무 씨앗은 8월 중하순으로 지역 기후에 맞춰 파종 타이밍을 잡을 것.
- 밑거름과 이랑을 충분히 준비해 초기 생육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낼 것.
- 무 솎아내기와 북주기, 배추 웃거름 주기를 제때 맞추고 된서리가 내리기 전 안전하게 수확할 것.
처음엔 시기 계산이 번거롭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딱 한 해만 흙을 만지며 땀 흘려보시면 다음 해부터는 몸이 먼저 기억하고 훨씬 수월하게 김장까지 이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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