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심은 과수나무가 위로만 길게 솟구치고 곁가지는 통 터지지 않아 고민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키만 멀대같이 자라는데 어떻게 해야 가지가 옆으로 풍성하게 벌어질까?” 하고 애태우셨을 겁니다.
원인은 나무 꼭대기에서 분비되는 정단우성(Apical dominance) 호르몬에 있습니다.
이 정단우성을 깨뜨려 원하는 위치에 튼실한 곁가지를 받아내는 여름 전정의 최적 시기와 실전 절단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과수나무 곁가지 유도의 핵심
- 원리: 꼭대기 눈에서 나오는 호르몬(옥신)을 차단하여, 잠자고 있던 아래쪽 곁눈들을 깨우는 것 (정단우성 타파).
- 최적 시기: 새로 나온 가지가 살짝 단단해지는 6월 초 ~ 7월 중순이 골든타임!
- 실전 기술: 바깥을 향한 눈(외향아) 위를 자르거나, 가지 끝의 연한 순을 똑 따주는(순지르기) 방법을 활용합니다.
정단우성을 깨뜨리는 생리적 원리
봄철 과수나무는 가지 맨 꼭대기의 눈(정아)에서 ‘옥신(Auxin)’이라는 호르몬을 왕성하게 만들어 아래로 흘려보냅니다.
이 옥신은 뿌리를 뻗게 하는 좋은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아래쪽 곁눈들이 자라지 못하도록 꾹꾹 눌러 강하게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여름 전정은 이 옥신 공장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작업입니다. 가위로 가지 끝을 톡 잘라내면 줄기를 타고 내려오던 옥신 농도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때를 틈타 뿌리에서 쉼 없이 올라오던 또 다른 호르몬, ‘사이토카이닌(Cytokinin)’이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옥신의 억제력에 짓눌려 숨죽이고 있던 곁눈들이 사이토카이닌의 응원을 받아 즉시 깨어나며 새로운 곁가지로 힘차게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죠.
여름 전정의 성패를 가르는 최적의 타이밍
여름 전정은 타이밍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 골든타임 (6월 초 ~ 7월 중순): 올해 봄에 새로 뻗어 나온 가지(신초)가 20~30cm 정도 자라고, 초록색이던 밑동이 나무껍질처럼 약간 단단해지는(목질화) 시점입니다. 이때 잘라주어야 곁가지가 가장 건강하게 나옵니다.
- 너무 일찍 할 때 (5월 중하순): 아직 나무가 위로 자라려는 세력이 너무 강할 때입니다. 이때 자르면 원하는 곁가지 대신, 하늘로만 솟구치는 쓸모없는 도장지(웃자란 가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 나무 수형이 망가집니다.
- 너무 늦게 할 때 (8월 이후): 이때 가지를 치면 새로 나온 곁가지가 채 튼튼하게 자라기도 전에 차가운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물지 못한 가지는 동해(냉해)를 입어 말라 죽기 십상입니다.
곁가지를 받아내는 3가지 실전 절단 기술
목적과 나무의 상태에 따라 다음 3가지 기법을 적용합니다.
| 절단 기법 | 핵심 작업 방식 | 주요 효과 및 활용 |
| 1. 적심 (순지르기, Pinching) | 자라는 새 가지 맨 끝의 3~5cm(아주 연한 순)만 손가락이나 가위로 가볍게 따냅니다. | 옥신을 살짝 차단합니다. 자른 곳 바로 아래의 곁눈 2~3개가 순하게 자라나며, 이듬해 열매를 맺을 꽃눈을 유도하는 데 좋습니다. |
| 2. 절단 전정 (Heading Back) | 새 가지 길이의 1/3 ~ 1/2 지점을 과감하게 자릅니다. 이때 반드시 바깥을 향한 눈 위를 비스듬히 자릅니다. | 나무의 뼈대가 될 굵고 세력이 강한 골격지(주가지) 곁가지를 확실하게 받아낼 때 활용합니다. |
| 3. 아상처리 (눈 위 상처내기, Notching) | 곁가지를 내고 싶은 특정 눈의 바로 위 2~3mm 껍질(수피)에 반달 모양으로 흠집을 냅니다. | 가지를 자르지 않고도, 위에서 내려오는 옥신만 길목에서 차단하여 해당 눈만 강제로 터뜨리는 고급 기술입니다. |

실전 핵심 팁: 반드시 ‘바깥눈(외향아)’을 보고 자르세요!
절단 전정을 할 때는 자르는 위치가 무척 중요합니다. 사실 저도 올봄에 새로 묘목을 사 와서 심을 때 이 원리를 철저히 지켰습니다.
처음 과수 묘목을 사면 가지들이 위로만 길쭉하게 자라 있어서 땅에 심기 전 짧게 쳐내어 수형을 잡아주어야 하는데요.이때 아무 곳이나 싹둑 자르지 않고, 가만히 눈의 방향을 살펴 반드시 나무 바깥쪽을 향해 나 있는 눈(외향아)의 0.5cm 위쪽을 골라 잘라주었습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할까요? 만약 안쪽을 향한 눈(내향아)을 남기고 자르게 되면, 새 가지가 나무 기둥 안쪽을 향해 파고들며 자라나 통풍과 햇빛을 다 막아버리기 때문입니다.
바깥쪽 눈을 남겨야 새 가지가 옆으로 시원하게 뻗으며 속이 텅 빈 잔 모양의 튼튼하고 이상적인 수형이 완성됩니다.

여름 전정 시 꼭 기억해야 할 3가지 주의사항
- 맑고 건조한 날 작업하기: 여름철 장마기에는 습도가 높아 절단면을 통해 궤양병균이나 줄기마름병균이 침투하기 쉽습니다. 상처가 금방 마를 수 있도록 반드시 볕이 좋고 바람이 부는 날 작업하세요.
- 과도한 잎 제거 자제하기: 여름철의 초록 잎은 나무가 살아가는 에너지 공장(광합성)입니다. 한 번에 전체 잎의 20~30% 이상을 잘라내면 나무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을 멈출 수 있습니다.
- 전정가위 철저히 소독하기: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이 다른 나무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약국에서 파는 소독용 에탄올(70% 알코올)로 전정가위 날을 수시로 닦아가며 작업해 주세요.
마무리: 호르몬 스위치를 켜는 농부의 손길
과수나무의 정단우성을 이해하고 여름 전정을 시도하는 것은, 억지로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가진 ‘호르몬 스위치’를 영리하게 켜고 끄는 기술입니다.
6월 초에서 7월 중순 사이, 나무의 상태를 가만히 관찰하며 가지 끝을 살짝 따주거나 바깥눈 위를 다듬어보세요.
위로만 솟구치며 달려가던 나무가 잠시 숨을 고르고, 옆으로 풍성하고 균형 잡힌 아름다운 곁가지들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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