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는 마트에서 라즈베리(산딸기)와 나란히 놓여있어 비슷해 보이지만, 자르면 속이 꽉 찬 흰 심이 있다는 점부터 다릅니다(라즈베리는 속이 비어있어요).
국내에는 2017년 경남 산청에서 재배가 시작되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아직은 낯선 과실이기도 하고요.
블랙베리의 생리적 특성과, 텃밭에서 가장 손쉽게 늘릴 수 있는 휘묻이 번식법에 대해 알아볼게요.

블랙베리 재배의 3가지 핵심
- 가지의 세대교체: 올해 쑥쑥 자란 1년 차 가지가, 내년이 되어 2년 차 묵은 가지가 되면 비로소 열매를 맺습니다.
- 한 그루로 충분함: 체리처럼 짝꿍 나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자기 꽃가루로 스스로 열매를 맺는 ‘자가결실성’ 작물입니다.
- 휘묻이 번식: 늦여름, 길게 뻗은 가지 끝을 흙에 푹 묻어두기만 하면 알아서 뿌리를 내리는 무서운 생명력을 가졌습니다.
블랙베리, 어떤 식물일까
블랙베리는 장미과 산딸기속(Rubus)에 속하는 관목으로, 라즈베리와 사촌 관계입니다. 항산화 물질(폴리페놀, 안토시아닌, 엘라그산 등) 함량이 특히 높은 과실로 꼽히고, 비타민C도 100g당 하루 권장량의 25% 정도를 채울 만큼 풍부해요.
생장 습성상 땅속줄기와 가지 끝이 스스로 뿌리를 잘 내리는 특성이 있어서, 관리 없이 방치하면 옆으로 계속 번져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이 특성이 오늘 소개할 번식법(휘묻이)이 유독 쉬운 이유이기도 해요.
1년차 가지와 2년차 가지, 하는 일이 다릅니다
원년가지(1년차)와 2년차 가지
블랙베리를 성공적으로 키우려면 가지의 나이에 따라 역할이 명확히 나뉜다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전문 원예 용어로는 1년차 가지를 프리모케인(Primocane), 2년차 가지를 플로리케인(Floricane)이라 부릅니다.
| 구분 | 1년차 가지 (프리모케인 / 원년가지) | 2년차 가지 (플로리케인 / 묵은가지) |
| 발생 시기 | 올해 봄 땅속 뿌리에서 새롭게 솟아남 | 작년에 자라 겨울을 난 가지 |
| 주요 역할 | 영양생장 (광합성, 키 크기, 잎 확장) | 생식생장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음) |
| 결실 여부 | 일반 품종은 꽃과 열매를 맺지 않음 |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열매를 맺음 |
| 수확 후 상태 | 계속 자라며 내년의 열매 가공을 준비함 | 열매 수확이 끝나면 수명을 다하고 고사함 |

즉 한 그루의 블랙베리 나무 안에는 “올해 자라기만 하는 초록빛 새 가지”와 “작년에 자라 올해 열매를 맺는 목질화된 가지”가 항상 공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예외 — 1년차에도 열리는 ‘사계성(Everbearing)’ 품종
다만 최근 개량된 일부 품종(예: 프라임아크 시리즈 등)은 1년차 가지에서도 바로 꽃과 열매를 맺는 “사계성” 특성을 갖고 있어요. 심으신 품종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전정 시기와 방식이 달라지니, 묘목 구입 시 이 부분을 꼭 확인해두시는 게 좋습니다.
체리와는 정반대 — 자가결실성이라는 특징
지난번 체리나무 글에서 S유전자로 인한 자가불화합성(같은 유전자 그룹끼리는 수정이 안 되는 특성)을 다뤘던 것, 기억하실 거예요. 블랙베리는 그와 정반대로, 대부분의 품종이 자가결실성입니다. 즉 한 그루만 심어도 스스로 수분되어 열매를 맺을 수 있어요.
| 구분 | 체리나무 (Sweet Cherry) | 블랙베리 (Blackberry) |
| 수분 방식 | 자가불화합성 (유전적으로 다른 수분수 필수) | 자가결실성 (자신의 꽃가루로 수정 가능) |
| 단독 식재 시 | 꽃만 피고 열매가 떨어지거나 거의 안 열림 | 한 그루만 심어도 열매가 정상적으로 잘 열림 |
| 재배 난이도 | 품종 궁합과 개화 시기를 맞춰야 해 까다로움 | 공간 제약 없이 한 그루부터 부담 없이 입문 가능 |
체리처럼 수분수 궁합을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적다는 뜻이라, 입문자에게는 훨씬 부담 없는 과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자가결실성이라도 벌 같은 매개곤충의 방문이 늘어나면 결실률과 열매 크기가 더 좋아진다는 보고가 많아서, 아예 신경을 안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번식은 휘묻이(선단취목)로 — 가장 쉬운 방법
왜 이렇게 쉬운가
앞서 말씀드린 “가지 끝이 스스로 뿌리를 잘 내리는” 습성 덕분에, 블랙베리는 휘묻이(정확히는 선단취목, tip layering) 방식으로 번식시키기가 유난히 수월합니다. 접붙이기처럼 정교한 기술이 필요 없고, 그냥 가지 끝을 흙에 묻어두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려주는 식물이거든요.
어떻게 하는가
| 단계 | 시기 | 밭에서 해야 할 작업 내용 |
| 1단계 | 늦여름 | 올해 쑥쑥 자란 1년 차 가지 중 부드럽게 휘어 땅에 닿을 만큼 긴 것을 하나 고릅니다. |
| 2단계 | 늦여름 | 가지 끝(생장점 포함 10~15cm)을 흙 속 5~8cm 깊이로 부드럽게 묻은 뒤, 바람에 튀어 오르지 않도록 U자 핀이나 무거운 돌로 꾹 눌러 고정합니다. |
| 3단계 | 가을~봄 | 묻혀있는 동안 흙과 닿은 마디에서 튼튼한 자체 뿌리가 뽀얗게 발생합니다. |
| 4단계 | 이듬해 봄 | 원래 나무와 연결된 가지를 가위로 툭 자르고, 뿌리내린 새 묘목을 캐내어 원하는 곳에 옮겨 심습니다. |
수확 직후 ‘묵은 가지치기’와 통제 관리
블랙베리 재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수확이 끝난 2년차 가지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입니다.
- 수확 후 가지치기(전정) 필수: 7~8월에 열매 수확이 완전히 끝난 2년차 가지(플로리케인)는 수명을 다해 점차 갈색으로 마르기 시작합니다. 이 가지를 방치하면 통풍을 막아 잿빛곰팡이병이나 줄기마름병의 온상이 됩니다.
수확 직후 바짝 가위로 잘라내야 새로 올라오는 1년차 가지들이 햇빛을 듬뿍 받고 내년 열매를 튼튼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 원치 않는 새순(Sucker) 억제: 뿌리가 땅속으로 뻗어나가며 멀쩡한 통로나 이랑에서 뜬금없이 새순이 불쑥 솟아오르기도 합니다.
밭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면, 통로에 올라온 새순은 보이는 즉시 예초기나 가위로 바짝 깎아 통제해 주어야 합니다.
블랙베리와 복분자의 차이점
블랙베리는 복분자와 생김새나 색상이 비슷해서 혼동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두 나무는 같은 장미과 산딸기속 식물이긴 하지만 엄연히 다른 식물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차이점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겁니다.
| 구분 | 블랙베리 (Blackberry) | 복분자 (Korean Black Raspberry) |
| 열매 구조 (핵심) | 속이 꽉 차 있음 (하얀 심이 열매와 함께 떨어짐) | 속이 텅 비어 있음 (심이 나무에 남고 껍질만 쏙 빠짐) |
| 맛과 식감 | 단맛이 강하고 수분이 많아 부드러움 | 신맛과 떫은맛이 강하고 씨앗이 단단함 |
| 저장성 (보관) | 심이 뼈대 역할을 해 단단함 (냉장 보관 며칠 가능) | 속이 비어 쉽게 주저앉고 무름 (당일 냉동 및 가공 필수) |
| 줄기 외형 | 하얀 가루 없이 매끈한 초록색 또는 붉은 갈색 | 줄기 전체에 밀가루 같은 뽀얀 백분(하얀 가루)이 덮여 있음 |
| 가시 및 작업성 | 가시가 없는 개량종(Thornless)이 대부분이라 수월함 | 매우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수확 시 찔림 주의 |
| 주요 추천 용도 | 생과 섭취, 샐러드, 토핑용 | 복분자주, 엑기스, 즙 등 가공용 |
마무리 — 확산 관리까지 챙기며 키우기
정리하면, 블랙베리는
- 1년차·2년차 가지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 체리와 달리 자가결실성이라 초보자 부담이 적으며,
- 가지 끝이 잘 뿌리내리는 습성 덕분에 휘묻이로 손쉽게 번식시킬 수 있는 과실입니다.
다만 이 “잘 뿌리내리는” 특성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해서, 정기적인 가지치기로 원치 않는 확산은 미리 통제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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