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이나 텃밭 바닥을 맨흙으로 두지 않고 뭔가로 덮어주고 싶은데, 막상 종묘상에 가면 클로버 씨앗만 해도 종류가 여러 가지라 뭘 골라야 할지 잘 몰라 고민하신 적 있으신가요?
사실 클로버 종류를 제대로 알고 나면 단순한 잡초가 아니라 토양을 살리는 아주 훌륭한 녹비 작물(비료 대신 심어 땅을 비옥하게 하는 식물)로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퍼머컬처 텃밭과 과수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클로버 종류를 구분하고 선택하면 좋을지 알아볼게요.

실전에 바로 쓰는 클로버 3대장
- 화이트클로버: 키가 작고 밟혀도 잘 자라 과수원 통로나 나무 아래(언더스토리) 바닥 덮기용으로 최고입니다.
- 레드클로버: 뿌리가 깊게 파고들어 단단하게 굳은 땅(심토)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데 유리합니다.
- 크림슨클로버: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붉은 꽃을 피우며, 흙에 갈아엎어 유기물을 공급하기 좋습니다.
클로버종류, 얼마나 다양할까?
토끼풀속(Trifolium)에 속하는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 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가 흔히 원예용·녹비용으로 접하는 클로버 종류는 몇 가지로 압축됩니다.
| 구분 / 품종 | 주요 생육 특성 | 개화 시기 | 주요 용도 및 적합 환경 |
| 화이트클로버 (Trifolium repens) | 가장 흔함. 키가 낮고 줄기가 땅을 기며 자람. 답압(밟힘)에 매우 강함. | 늦봄 ~ 여름 | 과수원 하부(언더스토리), 사람 다니는 통로 피복, 잔디 대체용 |
| 레드클로버 (Trifolium pratense) | 키가 크고(30~60cm) 곧은 뿌리가 깊게 박혀 단단한 흙을 뚫는 데 유리함. | 초여름 | 심토(깊은 흙) 다짐 해소용 녹비, 초지 목초용 |
| 크림슨클로버 (Trifolium incarnatum) | 화려한 붉은 원추형 꽃. 겨울 한해살이로 초기 자라는 속도가 뛰어남. | 봄 ~ 초여름 | 이른 봄 풍부한 유기물 공급용 커버크롭(피복작물) |
| 서브테레인클로버 (T. subterraneum) | 땅속에서 씨앗이 맺힘(자가 지중 결실). 그늘에 강한 편임. | 봄 | 그늘진 과수원 하부 피복, 매년 알아서 자연 번식함 |

품종·지역 기후에 따라 개화 시기와 생육 특성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으니, 위 표는 일반적인 경향으로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네잎클로버는 정말 다른 종류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네잎클로버는 별개의 클로버 종류가 아니라, 흔한 세잎 클로버(주로 화이트클로버)에서 나타나는 유전적·환경적 돌연변이 개체입니다.
2017년 유럽 6개국에서 약 570만 개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네잎클로버가 나올 확률은 대략 5,000분의 1(about 0.02%) 정도로 보고되었습니다. 흔히 알려진 1만분의 1보다 실제로는 더 자주 나타난다는 뜻이죠.
재미있게도 이런 다엽(多葉) 성질이 강한 개체끼리 교배시키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잎 수가 많은 개체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며, 실제로 일본에서는 56개가 넘는 잎을 가진 클로버가 발견되어 세계 기록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는 관상용 재미의 영역이고, 실제 밭이나 과수원 토양 관리에서는 잎 개수보다 뿌리 깊이와 질소고정 능력이 훨씬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과수원 나무 아래엔 어떤 클로버가 맞을까?
뿌리혹박테리아(Rhizobium)와 공생하며 공기 중 질소를 토양에 고정하는 능력은 대부분의 클로버 종류가 공통으로 가진 큰 장점입니다.
다만 나무 수관 아래는 햇빛 광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이트클로버나 서브테레인클로버처럼 낮게 기며 자라고 그늘에 비교적 잘 견디는 종류가 실전에서는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편입니다.
레드클로버는 뿌리가 깊게 내려가 다져진 땅을 부드럽게 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키가 크게 자라 예초 작업이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크림슨클로버는 겨울철 지피식물로 심었다가 이듬해 봄 갈아엎어 유기물 녹비로 쓰는 방식이 유용하지만, 경기 북부나 강원 등 추위가 심한 지역에서는 월동율을 미리 체크해야 합니다.
병충해·수분과의 관계도 함께 살펴보세요
클로버 꽃은 꿀벌 같은 화분매개곤충을 과수원으로 끌어들이는 훌륭한 밀원식물 역할도 합니다. 사과나 배처럼 타가수분이 필수적인 과종은 과수 개화기에 벌의 방문 빈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벌 분산 방지 예초 노하우: 과수 꽃이 막 피어나는 시기에 클로버 꽃이 너무 무성하면, 벌들이 정작 나무 꽃 대신 바닥의 클로버 꽃으로 쏠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따라서 과수 개화 직전에 클로버를 한 차례 낮게 베어주면(예초) 벌들이 나무 꽃으로 집중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지제부(땅과 맞닿아 있는 경계 부위) 습도 관리: 무성하게 자란 클로버는 토양 수분을 머금어 과수 밑동 주변의 습도를 높입니다. 이는 궤양병이나 곰팡이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앞서 언급했듯 나무 줄기 바짝에는 클로버가 무성해지지 않도록 공간을 비워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무리
클로버 종류를 고를 때는 관상용 재미보다 실전 농사 목적을 먼저 따져보시는 게 좋습니다.
- 화이트클로버: 낮게 기며 답압에 강해 사람이 다니는 과수원 통로나 그늘진 하부에 최적입니다.
- 레드클로버: 뿌리가 깊어 굳은 심토를 깨뜨리는 토양 개량용 녹비로 유리합니다.
- 크림슨클로버: 겨울형 커버크롭으로 유기물 공급에 좋으나 지역별 월동 여부를 사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클로버종류를 선택하든 공통적으로 질소고정과 화분매개곤충 유인이라는 장점을 누리실 수 있으니, 우리 과수원의 조건에 맞는 종류를 시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