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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 관점에서 본 뽕나무의 효용성 — 왜 식량숲에 꼭 넣어야 할 나무인가

퍼머컬처를 설계할 때 항상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식물 하나가 몇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가?”

이 기준으로 볼 때 뽕나무는 정말 모범적인 답안지예요. 열매만 먹고 끝나는 나무가 아니라, 사람의 식탁부터 가축의 사료, 새를 유인하는 전략적 장치, 그리고 흙을 살찌우는 고품질 멀칭재까지 담당하거든요. ‘퍼머컬처 뽕나무’라는 키워드로 이 나무를 다시 들여다보면, 왜 식량숲(Food forest) 설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뽕나무의 효용성을 설명하는 웹툰

퍼머컬처의 핵심 원칙과 뽕나무 — “다기능성”이라는 렌즈

퍼머컬처의 대표적인 핵심 원칙 중 하나가 바로 “각 요소는 여러 기능을 하도록 설계한다“(스태킹 펑션, Stacking functions)입니다. 관행 농업처럼 ‘이 나무는 오직 열매만을 위해 심는다’는 식의 단일 목적 사고와는 정반대예요.

뽕나무를 이 다기능성의 렌즈로 살펴보면, 나무 한 그루가 정원과 생태계에서 동시에 해내는 역할이 놀랍도록 다양합니다.

기능구체적 활용 방안
사람을 위한 먹거리오디(열매) 수확, 뽕잎차 및 나물 활용
가축을 위한 사료누에 사육(양잠), 닭·염소 등 가축의 영양 보조 사료
새를 위한 미끼 작물새를 유인하여 체리·블루베리 등 주요 과실수 보호
토양을 위한 멀칭재전정 후 가지와 잎을 촙 앤 드롭(Chop and drop) 멀칭재로 재활용
뽕나무의 다양한 효용성을 보여주는 도감

먹거리에서 사료까지 — 뽕나무의 다층적 쓰임

사람을 위한 먹거리

가장 익숙한 쓰임은 물론 **오디(열매)**입니다. 여기에 더해, **뽕잎(상엽)**은 예로부터 차로 우려 마시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 식재료로도 활용돼왔어요. 즉 같은 나무에서 열매철이 아닌 시기에도 잎이라는 또 다른 수확물을 얻을 수 있는 셈입니다.

동물을 위한 사료

뽕나무의 진짜 역사적 효용은 사실 **누에 사육(양잠)**에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통 농업에서 뽕밭(상전)은 누에를 먹이기 위한 필수 기반시설이었어요. 지금도 뽕잎은 닭이나 염소 같은 가축의 보조 사료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즉 뽕나무 한 그루가 “사람의 식량”과 “가축의 사료”를 동시에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참고로 실제로는 뽕잎(사료) 생산 목적 품종과 오디(열매) 생산 목적 품종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에 따르면 아래처럼 품종별 용도가 나뉩니다.

품종원래 육성 목적오디용으로도 사용 가능 여부
청일뽕누에 사료(뽕잎)용오디 품질도 좋아 겸용 가능
대성뽕오디(열매) 전용전용 육성 품종
대자뽕오디(열매) 전용전용 육성 품종
대붕뽕오디(열매) 전용전용 육성 품종

식량숲에 뽕나무를 들일 때, “사람 몫”과 “가축 몫”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품종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조류를 위한 “미끼 작물”이라는 전략

퍼머컬처 길드(guild) 설계에서 자주 쓰는 전략 중 하나가 “새들이 더 좋아하는 작물을 따로 심어서, 정작 지키고 싶은 작물(체리, 블루베리 등)로부터 새를 분산시키는” 방식입니다.

오디는 새들이 유독 좋아하는 열매로 꼽히는데, 이 습성을 역이용해서 뽕나무를 과수원 외곽에 “미끼 작물”로 배치하면,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간 다른 과실수의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열매를 아예 안 뺏기려는 싸움보다, “누구에게 먼저 내어줄지”를 설계하는 발상의 전환인 셈이에요.

강한 생명력을 자원으로 — 전정과 멀칭재

뽕나무는 생장 속도가 매우 빠르고, 강하게 잘라내도 금방 왕성하게 맹아(새순)를 올려보내는 생명력을 지녔습니다. 퍼머컬처에서는 이 특성 자체를 훌륭한 유기물 자원(Biomass)으로 활용합니다.

  • 고영양 녹비 역할: 뽕잎은 질소 함량이 높고 탄소/질소 비율(C/N비)이 낮아 분해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밭에 깔아주면 토양 미생물에게 빠르게 영양을 공급하는 고품질 비료가 됩니다.
  • 폴라딩과 코피싱 활용: 퍼머컬처에서 자주 쓰는 폴라딩(Pollarding, 두목 전정)이나 코피싱(Coppicing, 밑동 자르기) 기법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가지를 쳐주면, 주변 식물의 햇빛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다량의 가지와 잎을 ‘촙 앤 드롭(Chop and drop)’ 멀칭재로 얻을 수 있습니다.
전정방법에서 폴라딩과 코피싱을 설명해주는 도감

외부에서 유기물을 돈 주고 사 오지 않아도, 나무 스스로가 흙을 덮어줄 멀칭재와 비료를 계속 재생산하는 완벽한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실전 식량숲 배치 Tip

  • 햇빛 조절: 성장이 빠르고 수관이 넓어지므로, 하층의 양지 식물에 그늘이 지지 않도록 주기적인 전정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 동선 고려: 익은 오디가 바닥에 떨어지면 바닥이나 보도블록이 짙게 물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요 보행로보다는 텃밭 가장자리(Edge)나 가축 동선 주변에 배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수퍼 오디 품종을 심었는데, 일반 뽕나무에 비해 열매도 크기도 크고 당도도 높아 더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수퍼 오디 나무의 가지를 이용해 일반 오디에 접을 붙이는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데 그에 관련한 글은 다음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무리 — 이미 존재했던 한국식 퍼머컬처

정리해 보면 뽕나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지닌 나무입니다.

  1. 사람과 가축 모두에게 먹거리를 내어주고
  2. 새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는 생태적 배치가 가능하며
  3. 스스로 고영양 멀칭재를 만들어내는 순환형 유기물 생산자

흥미로운 점은, 한국 전통 농업의 뽕밭-양잠 시스템 자체가 이미 나무 한 그루로 여러 산업과 생태적 기능을 지탱하던 완벽한 다기능 설계였다는 사실입니다. 퍼머컬처가 서구에서 새로 발명된 개념이라기보다는,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실천해 오던 지혜를 현대적인 언어로 다시 정리한 것에 가깝습니다.

식량숲을 설계하고 계시다면, 뽕나무를 단순히 ‘오디 따는 나무’로만 보지 마시고 이 다층적인 생태적 역할까지 염두에 두고 멋지게 배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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